본문 바로가기
골목4 : 음악

오지은의 고작 - 보통의 존재가 부르는 보편적인 노래

by KUWRITER 2013. 8. 19.

불편한데 좋다. 오지은의 노래는 결코 편하지 않다. 메시지는 명징하다. 사운드는 모르겠지만 언어만은 오직 그녀만의 것이다. 가사에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3집의 제목은 3이다. 1집과 2집의 제목은 지은이었다. 간결하다. 진공의 밤이나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만큼 강렬하진 않았지만 고작은 인상적인 곡이다. 일단 들어보자.



오지은 고작


뮤비가 있다. 홍대에서 시작한 이 아티스트는, 자신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는데 성공했다. 떠오르는 색깔은 분홍색이다. 강렬하지만, 마냥 빨갛다고 하기에는 동시에 여성스럽다. 

고작의 나는 혼란스럽다. 당신에 대한 생각에서 진실과 환상은 뒤섞인다. 이미 확신할 수 없게된 사랑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가. 당신에 대해 생각하던 내가 마주한 것은 혼돈이다. 그리고 여기엔 반전이 있다.


넌 날 원한다고

한번도 말하지 않았지

그랬다면 그 순간이라도

나에겐 진실이었을텐데


당신이 날 원한다고 말하는 것, 그 직접적인 얘기가 있었다면, 오히려 나는 그 순간을 진실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 떠올릴 수 있는 진실의 순간은 없다. 오지은의 다른 노래들이 그렇듯, 이 노래 역시 가사가 인상적이다. 가사를 한번 보자.


오지은 고작


무엇이 가장 슬픈 일이라 묻는다면

날 떠나버린, 어긋나버린 너도 아닌


변해버린 마음도 아냐

잔인했던 말들도 아냐

식어가는 체온도

무너지는 마음도 아냐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환영보다 못한

그저 그런 것일지 모른다는게


넌 날 원한다고

한번도 말하지 않았지

그랬다면 그 순간이라도

나에겐 진실이었을텐데


그렇게 목마르게

내가 쫓던 네 사랑은

사랑이라 부를 수도 없는

고작 이런 걸지도 몰라


넌 어떤 나긋한 아이의 품 안에서

날 떠올리지, 노래하지도 않겠지만


난 아직 너를 노래해

이렇게 지긋지긋하게

수많은 색이 뒤섞여

엉망이 된 물감처럼


내가 네게 부르는 마지막 사랑노래는

이토록 추하고 탁하기만 해


이젠 내가 바라는게

정말 너인지 모르겠어

단순히 그리워할 사람이

필요해선지도 몰라


그리고 그 자리에

네가 있는지 모르겠어


슬픈 건 우리가 헤어진 일도 아니고, 떠나버린 너도 아니다. 가장 슬픈 건 당신과 내가 지낸 시간이, 환상보다 못한, 그저 그런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쯤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편적인 노래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다. 먼저 보편적인 노래를 들어보자.



오지은 고작


나는 당신을 생각하며 부르는 이 노래가 보편적인 노래가 되길 바란다. 너에게 주는 이 노래가 보편적인 노래이길 바란다. 그러나 그건 나의 본심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건 너무 슬퍼

사실 아니라고 해도 난 아직 믿고 싶어

너는


이 노래를 듣고서 그때의 마음을

기억할까, 조금은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오지은의 말을 빌리자면 환영보다 못한/그저 그런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할 때 나는 슬퍼진다. 나는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 시간이 그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바란다. 이 노래를 듣고, 당신이 그때 우리가 함께 나눴던 마음을 조금은 기억하길. 다음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들어보자.



오지은 고작


이 아름답고 인상적인 멜로디의 노래에는 독특한 가사가 올려져 있다. 이석원의 어떤 강렬한 경험에서 비롯된 가사들. 이 노래에서 나는 자신을 가장 보통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가사를 보면 이렇다.


평범한 신분으로 여기 보내져

보통의 존재로 살아온 지도 이젠 오래되었지

그동안 길따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

다가와 내게 손 내밀어 주었지 나를 모른채


왜 그럴까. 언제부터 내가 보통의 존재로 살아오게 되었을까. 그건 나를 특별하게 해주었던, 나란 사람을 나로 만들어주었던 당신과의 헤어짐부터다.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가장 보통의 존재 별로 쓸모는 없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지 않았지


그후부터 나는 어디에나 흔한 보통의 존재가 되었다. 당신과 헤어지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그저 그런 시간이 되었다. 나는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지지 않았다. 당신의 기억 속에 없는 나는 가장 보통의 존재, 쓸모 없는 존재다. 어디서도 나를 부르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오지은 고작


이처럼 세 노래는 모두 개인적이지만, 한 부분에서 맞닿아있다. 그건 사랑이 우리를 특별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사랑이 끝나고 우리는 우리가 했던 사랑이 그저 그런 것일지 모른다는(오지은) 생각에 슬퍼하고, 당신이 그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길(브로콜리 너마저) 바라며, 이제는 가장 보통의 존재(언니네 이발관)가 되었다는 생각에 이른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기억되고 싶은 것. 이것으로 오지은 - 고작에 대한 포스팅을 마친다.

'골목4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하 일본 노래 BEST5  (0) 2013.08.21
한희정 - 날마다 타인 듣기/리뷰  (0) 2013.08.20
owl city - good time 반복 재생/감상  (0) 2013.08.15
피타입 - R.I.P.D. m/v  (0) 2013.08.13
time to say goodbye 가사/반복재생  (0) 2013.08.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