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골목4 : 음악

피타입 - 소나기 듣기/리뷰

by KUWRITER 2013. 8. 27.

피타입 - 소나기 듣기/리뷰


피타입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는 무겁다. 그만큼 장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랩퍼가 있을까. 한국말 라이밍의 새 지평이자 완성을 보여주었던 1집, 랩 음악과 재즈의 하이브리드인 2집, 그리고 자신의 귀환을 'RAP'이라는 명료한 세 글자로 알린 3집에 이르기까지 그는 장인의 손길로 음악을 빚어냈다.

피타입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라임'이다. 그는 랩이란 스킬이라는 명제 아래 철저한 공식을 적용한 라이밍을 보여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라이밍이 언제나 하나의 이야기, 문학성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은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를 자신의 음악으로 재풀이한 '소나기'를 들어보려고 한다.



피타입 소나기



라이브 영상이니 먼저 라이브에 대해 얘기해보자. 이 곡 '소나기'는 2집 the vintage에 실린 곡이다. 그리고 2집은 앞서 말했듯 재즈와 랩 음악을 결합한 음반이었다. 즉, 앨범 기획부터 악기의 구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라이브가 잘 어울리는 랩 음악이 탄생했다. 위의 라이브는 그 결과를 잘 보여준다.

음원과는 다르지만 음원보다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라이브다. 악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풍성한 사운드는 아니지만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되어 있다. 그 위의 피타입의 랩이 또 하나의 타악기로 얹어진다.

다음으로 피쳐링이 눈에 띈다. 원곡에서는 소울맨이 피쳐링 했었는데, 여자 보컬의 피쳐링도 잘 어울린다. 안타깝게도 어떤 보컬인지는 나와있지 않아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피타입 소나기



곡에 대한 얘기. 먼저 가사를 보자.


[Verse 1]

소년이 있었다 진한 눈썹과 투명한 눈을 가진 소녀를 사랑했었다

그 철석같은 어린 마음 칠월칠석까진 전한다며 편지를 썼다

주머니엔 호두알 몇 개 개울엔 엷게 흩어지는 기억들 

언뜻 엊저녁께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 

어느 날 내 등에 업혀 조그만 날숨을 내쉬던 소녀가

바람에 실려가 돌아올 수 없다고

난 초가을 들녘 한 편에 꿇어앉아 기억 속을 헤매는 어린 부랑자

기억들 한 자락에 눈물 흘러 그리움 물든 개울에 눌러앉아버렸지

늙은 저 누렁쇠 또 슬피 울었지 연분홍 스웨터 내게 물들었지


[Hook]

바람은 불어와 날 울리고 날아가 안개 낀 언덕 너머로

슬픈 바람 따라 말없이 떠나간 너는 어디에


[Verse 2]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자기가 쏜 화살을 쫓지

환상 같은 사랑 못닿을 목적지

앙상한 손가락들 속 반쪽 찢겨져나간 그 옛날 쪽지

추억은 어차피 잡히지도 않아 기찻길 위에 숨겨놓은 옛사랑 찾기

길에 활짝 핀 꽃들 속 니 얼굴 찾기

눈 감으면 떠오를 숨은그림찾기

난 상처 같은 어린 날의 추억 앞에서 한 조각씩 퍼즐을 맞춰갔지

또 슬픈 불안감 큰 불안 다음엔 꿈들 한가운데서 날 기다리고 있던 비극

세상에 덤비듯 사랑 하나 알아버린 아름다운 비극

소년이 있었다 진한 눈썹과 투명한 눈을 가진 소녀를 사랑했었다



피타입 소나기



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했으나 이 랩의 언어는 온전히 피타입의 것이다. 먼저 라이밍에 대해서. 가사를 읽어서는 어느 부분에서 어떤 라이밍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 때문에 가사를 보며 들으면 놀라게 된다. 아, 이 부분을 이렇게 랩핑하는구나 하고.

라임을 배제하고 가사만을 보더라도 뛰어나다. 


그 철석같은 어린 마음 칠월칠석까진 전한다며 편지를 썼다

주머니엔 호두알 몇 개 개울엔 엷게 흩어지는 기억들 


같은 부분에서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선명하게 묘사되며,


난 초가을 들녘 한 편에 꿇어앉아 기억 속을 헤매는 어린 부랑자

기억들 한 자락에 눈물 흘러 그리움 물든 개울에 눌러앉아버렸지

늙은 저 누렁쇠 또 슬피 울었지 연분홍 스웨터 내게 물들었지


같은 부분에서는 소년의 쓸쓸한 마음이 초가을 들녘, 개울, 늙은 누렁쇠 등 개별적 대상을 통해 표현된다. 1절에 이어 2절에서는 사랑에 대한 피타입 자신의 생각이 적혀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자기가 쏜 화살을 쫓지

세상에 덤비듯 사랑 하나 알아버린 아름다운 비극


사랑하는 사람이 쫒는 건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이다. 그런데 그 사랑은 바로 자신이 대상에게 보낸 '화살'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자기가 쏜 자신의 마음을 쫒는다. 이런 사랑은 행복이 될 수도 있지만, 그 과녁을 잃어버릴 때 비극이 된다. 자신이 보낸 마음이 중간에서 갈 곳을 잃어버리고 '나'는 기억 속을 헤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덤비듯 알게된 사랑은 '아름다운 비극'이 된다.



피타입 소나기



한 곡을 더 들어보자. 다음은 3집 수록곡 'Love, Life, Rap'으로, 사랑과 인생, 그리고 랩에 대한 피타입의 얘기를 담고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이다. 그냥 한 번 들어보고 가사를 보면서 한 번 더 들어보자.



"그래 너무 멀리 돌아왔지 (still feel young)

험한 길만을 걸어왔지 (just only one road)

거칠은 파도와도 같던 날들

다시 휘몰아쳐와도 i'm good

you know this thang is all i got"


"잿빛 도시가 새끼 쳐낸 이 노래 

하나 둘 셋 빛을 발하는 가로등 

그 새 삐딱한 시선들 

기억해둬, 행복을 살 땐 증명으로 선불

추억들은 선 굵은 모노톤 데생 

갖은 말썽들로 채웠지 

대 쎈 척 살아봤지만 그딴 건 다 헛수고 

세월엔 무너졌지 밤을 세워 쓰고 

아침이면 찢어 발긴 가사가 백장 사라진 배짱

그래, 내 자리 되찾는 게 쉽진 않단 걸 알고 있어 

판 떠난 반골, 그래 댓글엔 단골 

확실하게 말해둘게, 누가 뭐랬든 

휑하니 뚫려버린 내 인생 메꾼 내 꿈? 

다시 물어봐도 노래꾼 

이제와 가진 건 뱉어낼 Rap 뿐"


"그래 너무 멀리 돌아왔지 (still feel young)

험한 길만을 걸어왔지 (just only one road)

거칠은 파도와도 같던 날들

다시 휘몰아쳐와도 i'm good

you know this thang is all i got"


"입술에 기록된 못된 옛사랑, 몹쓸 얘기 

내 목숨에 깊숙이 눌러 쓰네 

빛 나던 많은 추억들은 한 번 이별로 쓰레기 

돌아보니 내게 남은 건 녹슨 헤비 베이스

모든 게 다 시간 낭비

흉터 위로 난 다시 방랑기 써내려갔지 

통증 끝내려 닥치는 대로 전부 때려 박지

기억은 노트에서 되려 값진 노래가 될까

그건 하늘만 아는 걸 

이 문화라는 벌판에 내가 말하는 걸 

기억한 어린아이들이 자랐지

종교는 달라도 믿는 건 하나 내가 바칠게, "존경"

1llynare gang 그리고 STANDART

이미 내 어깬 무겁지 손 닿을 듯 꿈은 가깝게 왔지

Hi-Lite dynamight, 절대 놓지 않는 마이크

yeah, VISMAJOR, 또 INDEPENDENT, VV:D and JUSTMUSIC 

인기? fandom? 

다 좋지만 쫓진 않아, 입에 밴 건 rap 뿐

의미 못 찾게 된 건 잠깐 인생에서 지워봐

그 다음 깨닫지, 니 가슴에 뚫린 구멍

다 함께 바친 언젠가의 젊음 

인생과 동격 되어 함께 흐를 rap

이젠 니가 돈키호테"


"love, life and rap

all i want is one mic

그래 너무 멀리 돌아왔지 (still feel young)

험한 길 만을 걸어왔지 (just only one road)

거칠은 파도와도 같던 날들

다시 휘몰아쳐와도 i'm good

you know this thang is all i got

it's all good

yes i'm good "



피타입 소나기


음원으로 들을 때는 생각 못했는데 라이브를 보니 꽤 멋지다. Gray라는 보컬도 음원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예전에 봤던 라이브 영상에서(아마 ebs 공감이었던 것 같다) 피타입의 라이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소나기와 love, life, rap 모두 탄탄한 라이브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곡에는 헤비 베이스, 돈키호테를 포함해 스탠다트, 하이라이트 등 리스너들에게 반가운 단어들이 있으니 들으며 즐기시길. 그럼 이것으로 피타입의 소나기 리뷰를 마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