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의 노래에 빠져 있습니다. 윤종신이라는 가수를 생각할 때면, 프로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 음악인에 프로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월간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한달에 한 번씩 작업물을 내고 있지요. 직업인으로서의 음악인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3집 Natural의 타이틀곡입니다. 3집의 다른 곡들처럼 윤종신이 작곡했고요. 그럼 한번 들어볼까요.
이 곡에서 저는 01OB 시절 윤종신의 보컬을 듣습니다. 지금과 달리 01OB의 객원보컬이었던 윤종신의 창법은 더 순수하고 여렸습니다. 지금의 완숙한 보컬과는 많이 달랐죠. 3집의 보컬은 그 둘의 사이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노래의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가사입니다. 그런데 작사가가 누구인질 모르겠군요. 다음은 윤종신 오래전 그날의 가사입니다.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
그 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
뭐가 그렇게도 좋았었는지 우리들만 있으면
너의 집 데려다주던 길을 걸으며
수줍게 나눴던 많은 꿈
너를 지켜주겠다던 다짐 속에
그렇게 몇해는 지나
너의 새 남자친구 얘길 들었지
나 제대하기 얼마 전
이해했던 만큼 미움도 커졌었지만
오늘 난 감사드렸어
몇 해 지나 얼핏 너를 봤을 때
누군가 널 그토록 아름답게 지켜주고 있었음을
그리고 지금 내 곁엔
나만을 믿고 있는 한 여자와
잠 못 드는 나를 달래는 오래전 그 노래만이
새 학기가 시작되는 학교에는
그 옛날 우리의 모습이 있지
뭔가 분주하게 약속이 많은 스무살의 설레임
너의 학교 그 앞을 난 가끔 거닐지
일상에 찌들어 갈 때면
우리 슬픈 계산은 없었던 시절
난 만날 수 있을 테니
너의 새 남자친구 얘길 들었지
나 제대하기 얼마 전
이해했던 만큼 미움도 커졌었지만
오늘 난 감사드렸어
몇 해 지나 얼핏 너를 봤을 때
누군가 널 그토록 아름답게 지켜주고 있었음을
그리고 지금 내 곁엔
나만을 믿고 있는 한 여자와
잠 못 드는 나를 달래는 오래전 그 노래만이
이 노래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오늘 난 감사드렸어
몇 해 지나 얼핏 너를 봤을 때
누군가 널 그토록 아름답게 지켜주고 있었음을
그리고 지금 내 곁엔
나만을 믿고 있는 한 여자와
잠 못 드는 나를 달래는 오래전 그 노래만이
지나간 인연인 '너'를 떠올리는 나의 곁에는 나를 믿고 있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지나갔지요. 지나간 인연은 지나간대로, 나는 감사합니다. 그냥 그렇게, 내가 당신을 만날 수 있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이 노래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또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얼마 전 드라마 대사 하나가 저를 울렸습니다.
“사랑은 같이 했지만 정리하는 방식은 다르다. 떠난 것은 니 일이고 잊는 것은 내 일이다. 너는 스쳐지나간 사랑이라 정리해도 이건 내가 선택한 일이지 니가 미안해할 일은 아니다.”
그렇게 남는 건 각자 알아서 할 일입니다. 만약 누군가와 한게 사랑이었다면, 시간이 지나 감사하게 되겠죠. 그 이별이 왜 그랬는지 이해하는 거, 이러니까 윤종신의 다른 노래 하나가 생각납니다. 바로 '나이'입니다.
확실히 '오래전 그날'과는 보컬이 좀 다르지요?
이 노래의 도입부에서는 이런 가사가 흘러나옵니다.
안 되는 걸 알고 되는 걸 아는 거 그 이별이 왜 그랬는지 아는 거
세월한테 배우는 거 결국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거
시간이 지나면서 배워가는 것, 그냥 그렇게 감사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정리하고 시간이 지나가는 것 아닐까요?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과 나이, 두 곡을 들어보았습니다. 스스로 가을에 어울리는 선곡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여러분도 좋게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윤종신 오래전 그날 듣기/리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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