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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4 : 음악

umc/uw - 사랑은 재방송 듣기/리뷰

by KUWRITER 2013. 10. 7.

한동안 윤종신의 노래만 들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기분 전환, umc의 노래를 들어보려고 한다. 오늘 들어볼 노래는 umc의 3집 중 가장 괜찮았던 '사랑은 재방송'. umc의 다른 곡들처럼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일단 한 번 들어보자.



umc 사랑은 재방송



umc라는 랩퍼는 한 시대의 소품들을 가져오는 능력이 뛰어나다. 무슨 말이냐하면. 가사를 보면 안다.


[chr]

어릴 적 생각으로는 매번 새로운 경험에

놀랍고 멋진 것들이 가득할거라 기대했는데

사람만 달라지고, 나이만 좀 더 먹고

같은 싸움, 비슷한 만남, 같은 눈물, 비슷한 불만

상표만 바뀐 물건, 리모델링한 건물

옷차림 약간 바뀐, 화장만 짙어져 가는

더 편리해 졌다고 내가 행복해진게 아니야

결국 보던 걸 또 봐. 사랑은 재방송.


[vrs1]

남중 남고 나와 삼국지 시리즈에

우리집 이불마냥 둘러싸여 살았을 때

디카가 없다고 스마트 폰이 없다고

불편하다고 생각한 적없이 그냥 살던 90년대


살면서 첫번째 벙개

소풍 때에도, 극기훈련 때에도

단 한 번도 신경 쓴 적 없던 옷매무새

고치느라 그녀를 만나기 전 반나절 내내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울해 나 생겨 먹은 거 X같애

첫인사는 뭐라고 할지 밤새 걱정돼

결국 만났을 땐 입이 얼어서 엄하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친 채 악수나 청해


93년엔 영화를 예매하려면 극장엘 가야해

일주일전서부터 사전답사를 하게 돼

걸을 길과 먹을 곳과 앉을 곳에 대해

다 준비해 놨어도 결국 영화만 보게 돼


처음으로 손을 잡고 어깨를 허락할 때

그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던 착각에

몇 달 지나 고입 준비를 핑계로 헤어질 때

빗속을 뛸 때 내 워크맨엔 Taiji Boys ‘널 지우려 해’


처음 겪은 사랑의 열병에 열다섯 어느 날에

하지만 이것은 우리에게

모든 사랑은 결국 비슷하게

진행된다는 걸 깨달은 서른에 끄적인 가사라네, yo


[chr]


[vrs2]

원숭이 섬의 비밀, Wolfenstein 3D

Devil May Cry, 나중엔 Playstation 3

나래 블루버드, Jason Williford 혹은 Willy

Bulls의 여섯번째 우승 MJ의 Fade Away


치렁치렁 매끈했던 Jon Bon Jovi

사람 좋으면 꼴찌라 노래한 Green Day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Macho Man Savage

누구에게나 지기 만했던 쌍방울의 선수팔기


미디어의 노예가 되어 즐기며 살아가기

시간은 어영부영 그렇게 흘러갔지

처음 사랑을 말했던 그녀와의 고교시절이

반복되는 싸움과 상처로 물들어 갔지


그땐 세상에서 내 인생이 제일 빡셌어

며칠간 퀭했지 왜 그런 말을 내게 하냐며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져 갈 때 쯤

그녀는 매번 화해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줬어


키스란 신이 만든 마약 같았어

그렇게 좋은 게 있는 줄 그전엔 몰랐어

하지만 그 후로도 한참 살아가면서

별 것 아닌 삶의 일부란 걸 알게될 줄 몰랐어


상대가 바뀌고, 나이가 들어가고,

내 사랑이 진실한 척 매번 스스로 속이고

결국 결혼정보회사가 모두 정리해 줄 거란 걸

삶의 진실을 알려준다는 걸 그땐 몰랐어


[chr]x2


[outro]

서태지 1집, kiss, 4집, kiss, 은퇴, kiss, 복귀, kiss

Deux, kiss, Roo'Ra, kiss, Noise, kiss, Clon, kiss

오미란, kiss, 이소라, kiss, 오현경, kiss, 고현정, kiss

Public Enemy, kiss, RZA, kiss, Jigga, kiss, Slim, kiss

Hogan, kiss, Bret Hart, kiss, Sabu, kiss, AJ, kiss

너, kiss, 너, kiss, 너, kiss, 그리고 너, kiss,

seperate



umc 사랑은 재방송



난 이 가사에서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다.


93년엔 영화를 예매하려면 극장엘 가야해

일주일전서부터 사전답사를 하게 돼

걸을 길과 먹을 곳과 앉을 곳에 대해

다 준비해 놨어도 결국 영화만 보게 돼


영화를 예매하려고 극장에 직접 가고, 데이트할 장소를 먼저 사전답사하지만, 결국은 만나 영화만 보게되는. 시대의 단편을 이렇게 잘 집어낼 수 있을까.



umc 사랑은 재방송



사랑은 재방송이라는 곡이 좋다는 건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들으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럼 오늘은 umc의 다른 곡을 듣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다음 곡은 umc의 'you mean everything to me'. 2집에 실린 곡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 곡 역시 '사랑은 재방송'만큼이나 가사가 예술이니 꼭 가사를 보도록 하자.


[vrs1]

벌써 10년씩이나 만나고 헤어지는 걸 반복하고

그 사이 사랑 몇개 직업 몇개가 지나갔지

힘든 때도 있었고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손목을 건드리지 않았던 건 정말 잘한거라고 생각해


나에겐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책임져야 할 것들이 있어

잃어버릴 게 없는 사람은 세상엔 아무도 없어

4학년 1년 내내 커피를 들고 연봉비교만 하는

속물이 되긴 싫지만 나 역시 구직자라구


우린 또 마이크 앞으로, 많은 시간동안을 쓰러지고

또 일어나고, 또 라임과 눈물을 쏟아내고

직업은 생계 대신에, 외로움만을 보장해준 채

어서 빨리 PD들에게 영혼을 팔라 소리쳤지


38짜리 jean이 28로 줄어들 때쯤

영원한 걸 없다는 걸 깨달은 서른이 될 때쯤

중1 여름에 랩을 시작한 이유가 떠올랐지만

난 지킬 수 없어 하지만 니가 없으면 난 모든걸 잃어


[chr]

그대가 멀어지는 것만큼

두려운 건 없어요

나에게 오직 하나 잃을 수 있는 게 있다면

You mean everything to me

그대가 날 아직도 원할거란 착각에

나에게 오직 하나 잃을 수 있는 게 있다면

You mean everything to me


[vrs2]

많은 Rap group들이 나타나고 또 사라지고

커다란 가짜 목걸이가 은퇴와 함께 버려지고

진짜를 건 사람들은 주말저녁에 TV에 나와서

Rap보다는 개인기에 더 주력해야만 했지


버려진 Rapper를 만날 수 있는 사막이 내 꿈에 나타나

꿈을 말하는 직업 때문에 꿈을 버려야했던 이들

그들이 모여 밴드를 만들어 나에게 노래를 들려주고 난

듣고 있어,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아주 작은 볼륨으로


[chr]


you mean everything to me

니 얘기 아니야



umc 사랑은 재방송



마지막으로 들어볼 곡은 91학번. 갑자기 왜 학번 얘기냐고? 이게 곡 제목이다. 참고로 이 곡의 후속곡이라고 할 수 있는 98학번도 있으니 꼭 들어보시라. 91학번은 umc의 1집에 실려있는 곡이다.

umc는 91학번이 아니지만, 사랑은 재방송에서도 그랬듯 한 시대의 조각을 이 곡 안에 잘 담아내고 있다.


umc 사랑은 재방송



이번에는 가사를 첨부하지 않겠다. 다른 노래가 그렇듯 이 노래 역시 가사가 잘 들리는데, 한 번 쭉 들어보시라. umc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한 캐치들과 스토리텔링.

umc의 세 곡, 사랑은 재방송, you mean everything to me, 91학번을 들어보았다. 어떠신지. 그럼 이것으로 umc/uw - 사랑은 재방송 듣기/리뷰 포스팅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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