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버터플라이 -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3호선 버터플라이의 이름은 오래전부터 많이 들었다. 워낙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름이기도 하고. 그런데 어딘가 석연치 않아 손이 잘 안 갔는데, 이번에 한 번 들어보았다. 맙소사. 이런 음악을 하는 팀인줄 몰랐다. 그리고 이런 보컬이 있는 줄도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가장 먼저 들어본 노래는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단순한 가사인데, 처음에는 가사를 듣지 못했다. 남상아의 보컬 때문이다. 정신이 없었다. 남자 보컬인지 여자 보컬인지도 구분이 안 가고, 처음 듣는 음색은 순식간에 귀를 사로잡았다.
기타 톤은 날카롭지 않지만 거칠다. 다른 악기들도 그렇다. 남상아의 보컬도 그렇다. 그런데 서정적이다. 참 거칠게 감정을 노래한다. 마지막에는 기타도 보컬도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운다. 울부짖는 게 아니라 그냥 운다. 락앤롤! 이라고 외치고 싶은 음악. 개러지 락이라는 단어가, 커트 코베인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어떻게 나온지 1년이 다 되도록 이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나. 다음은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의 가사.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믿기싫지만 바로 오늘
진눈깨비가 거리를 뒹구네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너는 모든 걸 빼앗아 가네
진눈깨비가 얼굴을 때리네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매달려봐도 매달려봐도
가지말라고 제발 가지말라고
매달려봐도 소용이 없네
진눈깨비 흩어지는 거리에
도망치듯 멀어지는 니 뒷모습
깊어질수 없다는 그 거짓말
너에게 침을 뱉고 싶어지는 이 기분
하지만 너에게 길을 묻지는 않았네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제발 가지말라고
오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가지말라고 제발 가지말라고
진눈깨비 흩어지는 거리에
도망치듯 멀어지는 니 뒷모습
깊어질수 없다는 그 거짓말
너에게 침을 뱉고 싶어지는 이 기분
하—아아아—나나나나나나
하지만 너에게 길을 묻지는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은 언어가 음악으로 옮겨질 때 어떻게 다른 울림을 갖게 되는지 보여준다. 이 가사를 시라고 해보자. 참 단순하다. 인상적인 묘사나 비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언어가 음악이 될 때 그곳에는 다른 색깔이 떠오른다. 가지말라고, 라는 말의 반복이 대단한 호소를 갖는다. 너에게 침을 뱉고 싶어진다고 말할 때 우리는 참담한 심정이 된다. 언어가 음악이 되며 새로운 언어가 된다.
3호선 버터플라이는 온스테이지 기획의원회의에서 꾸준히 거론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3호선 버터플라이의 온스테이지 녹음이 늦어진 건 괜찮은 영상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라고. 다른 팀들의 영상을 먼저 만들어주자는 판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이 담긴 4집을 듣고서는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한다. 나 같아도 그랬겠다.
아래는 온스테이지에서 언급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존 영상. 아마 이 영상이 맞지 않을까 싶다. 노래는 2009년 발매된 ep Nine Days Or A Million에 수록된 '깊은 밤 안개 속'.
다음은 깊은 밤 안개 속의 가사.
추억을 말할 때 이 밤
이별을 말할 때 이 밤에
사랑을 말할 때 이 밤
미움을 말할 때 이 밤에
과거를 말할 땐 이 밤
내일을 말할 때 이 밤에
사랑을 말할 땐 이 밤
모든 걸 말할 때 이 밤에
더 이상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걸음을 옮길 수 없을 때
절벽을 넘어서 바다로 흘러가는
작은 불빛 따라 날개를 펼치네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더 깊은 안개 속 더 깊은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사랑을 노래해
이 밤
이 밤에 -
사라지면 안돼 -
추억을 말할 때 이 밤
사랑을 말할 때 이 밤에
더 이상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
더 이상 걸음을 옮길 수 없을 때
절벽을 넘어서 바다로 흘러가는
작은 불빛 따라 날개를 펼치네
더 깊은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더 깊은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밤 안개 속 사랑을 노래해
이 밤
이 밤-에-음...
깊은 밤 안개 속 같은 노래, 라고 해두자. 깊지만 어슴푸레한 해안가 절벽을 거닐 때 작은 불빛 하나가 바다로 흘러든다. 절벽을 따라 걸으며 그 불빛을 바라보며 사랑을 생각하고 떠올리고, 다시 걷고...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추억, 이별, 사랑, 미움, 과거, 내일, 모든 걸 말하는 밤. 3호선 버터플라이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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