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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4 : 음악

브로콜리너마저 - 졸업 듣기/리뷰

by KUWRITER 2013. 8. 29.

오늘은 어떤 온스테이지를 볼까 생각하며 목록을 넘기던 중 반가운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브로콜리너마저. 이제는 마냥 인디라고 부르기도 힘든 밴드. 계피가 빠진 이후에 녹화한 모양이었다. 개인적으로 계피 없는 브로콜리는 많이 아쉽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촬영했길래 바로 눌러보았다. 제목은 '졸업'! 덕원의 어설픈(?) 보컬이 잘 어울리는 곡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많이 실망했다. 먼저 한번 들어보자.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덕원은 노래 실력이 뛰어난 보컬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한 사람의 보컬로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그의 목소리와 그의 작곡, 작사가 조화롭기 때문이다. 부족한 성량과 어설퍼 보이는 보컬은 그래서 오히려 청년들에게 호소력을 갖는다. 그런데 이번 라이브는 아니었다. 장비 탓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키보드, 기타, 드럼, 베이스까지 있고 이펙터도 쓰는데 사운드도 비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다른 멤버들의 실력이 부족해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키보드 같은 경우는 곡 진행에 따라 여유롭게 맞춰가고 있고, 드럼의 류지는 연주하며 노래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주 실력이 정말 뛰어나다! 는 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탄탄해 보인다. 그럼 이렇게 비는 사운드는 장비나 편집 탓일까, 아니면 편곡 탓일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졸업과는 많이 달랐다. 다음은 졸업 음원 버전.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온스테이지에 비해 덕원의 보컬도 훨씬 안정되어 있고, 사운드는 비어있다기보다 빈 공간을 잘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온스테이지 영상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졸업이란 노래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다음은 졸업의 가사.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낯설은 풍경들이 지나치는 

오후의 버스에서 깨어 

방황하는 아이 같은 우리

어디쯤 가야만 하는지 벌써 지나친 건 아닌지 

모두 말하지만 알 수가 없네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을 믿지 않을게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에

이 미친 세상을 믿지 않을게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조용하게 부르는 노래지만 내용은 노골적이다. 굳이 여기서 말하는 우리들의 연령을 따지자면 이십 대 중반 정도가 아닐까.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한 우리는 별다른 목표없이 '일단' 어학연수를 떠난다. 희망이 없기 때문에, 혹은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아직 인정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짝짓기에 몰두한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헤매지만 이곳에 우리의 자리란 없다. 결국 우리는 졸업을 맞고, 어딘가로 팔려간다. 이 노래는 그렇게 팔려가는 서로를 위한 위안이다.

브로콜리에게 있어 이 세상은 미친 세상이다. 어느 곳에도 청년들을 위한 자리가 없는 세상, 어떤 가능성도 희망도 주지 못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살면서도 행복하자고, 당신을 잊지 않겠다고 브로콜리는 노래한다. 이 미친 세상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 참 슬프다.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노래를 듣다보니, 2절의 앞부분을 류지가 부르게 한게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덕원 혼자서 쭉 부르다보면 조용한 노래가 자칫 조용함을 넘어 지루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류지의 보컬이 들어감으로서 곡이 입체감을 갖고 노래에 빠져들던 사람들을 한번 더 환기시킨다.

마지막으로 브로콜리의 노래를 한 곡 더 들어보자. 같은 온스테이지에서 촬영한 '변두리 소년, 소녀'. 졸업보다는 전체적인 면에서 훨씬 좋았다. 그런데 이 곡까지 듣고나니, 덕원이 이 날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감기 걸린 느낌이다.



브로콜리너마저 졸업



다음은 변두리 소년, 소녀의 가사.


넌 내게 말했었지

내게도 날개가 있을까 

그럼 왜 나는 볼 수가 없을까

걱정하던 너를 위로할 수 없어 미안했었지만


사실은 알고 있었어 넌 날개가 있단 걸

비겁한 세상엔 머물 수 없는

눈을 감지 마 모든 걸 알게 되면

다시 날아갈 거야


네가 미워했던 만큼 멀리 날아갈거야

네가 아파했던 만큼 다시 꿈을 꿀 거야

너의 마음속의 어둠만큼 빛이 날 거야

내가 너를 차마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난 사실은 너무 불안했지

네가 날 떠나진 않을까

그럼 널 따라 날 수가 있을까

네가 너무 좋아 조금씩 빛나고 있는 너

하지만 난 아닌 걸


사실은 알고 있었어 넌 날개가 있단 걸

비겁한 세상엔 머물 수 없는

눈을 감지 마 모든 걸 알게 되면

다시 날아갈 거야


네가 미워했던 만큼 멀리 날아갈거야

네가 아파했던 만큼 다시 꿈을 꿀 거야

너의 마음속의 어둠만큼 빛이 날 거야

내가 너를 차마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과 변두리 소년, 소녀를 들어보았다. 라이브가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웠는데, 그래도 듣다보니 참 탄탄히, 열심히 하고 있는 밴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브로콜리너마저에 대해 얘기해봤으니 다음에는 가을방학 얘기를 해보고 싶는데 아직 온스테이지 영상이 없다. 가을방학도 한 번 촬영했으면. 이것으로 브로콜리너마저의 졸업 듣기/리뷰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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