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의 시소를 처음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뜨거운 감자에게 이런 노래가 있었나 싶었어요. 그 감정이 새롭다는 건 아닙니다. 시소는 청춘이나 고백처럼, 멜랑콜리하고 아롱아롱한 감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곡입니다. 그런데 시소에서 뜨거운 감자의 장점, 그러니까 '좋은 멜로디'는 하나의 정점을 찍습니다.
다음은 시소의 뮤직비디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두나와 김태우가 출연했고요. 뮤직비디오라기 보다는 하나의 단편 영화라고 보는 게 좋습니다. 시소의 컨셉도 가상 영화의 ost였다고 하네요. 영화의 전반부에는 뜨거운 감자의 고백이, 후반부에는 시소가 흘러나옵니다. 시소만 듣고 싶은 분은 더 아래에 있는 영상을 참고하시길.
영화 장면을 캡쳐하면 왜 이렇게 아련한지 모르겠습니다.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 기억이 그대로 박혀있는 느낌이예요.
뮤비 내용은 여기서 따로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굉장한 이야기가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10여분 동안 감상하기에는 충분히 좋은 뮤직비디오라고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음은 시소의 라이브 영상. 라이브라고 하지만 조명도 없이 조용한 곳에서 부르는 컨셉으로 제작된 영상이라서 음원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음원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아요.
저는 어디서 들어본듯한 멜로디인데 처음 듣는 멜로디라면 좋은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시소가 그랬어요. 90년대에 많이 들어본 멜로디인데 확실히 처음 들어보는 멜로디였죠. 특히 첼로 선율이 익숙한 느낌이었어요.
여담이지만 저는 김C의 얼굴을 좋아합니다. 그의 얼굴에는 스토리가 있지요. 무언가 우울한듯 찡그리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 인디언처럼 패인 주름과 전혀 어색하지 않은 피어싱까지.
이쯤에서 시소의 가사를 볼까요?
넌 원했고
난 변했고
그 끝을 알순 없었고
미안했고
또 미안해
내 생각의 끝은 항상
생각이 생각대로 따라준다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건가
너를 떠올리는 것은 내게 너무나
시리도록 추운날을 생각나게해
난 어디로
넌 어디로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는걸
이제는 알 수 있어
날 두고 떠나간
널 두고 떠나간
서로를 그리다가 지쳐갈 때
눈물이 마르고
입술이 마르고
마음이 마르고 다 닳아갈 때
난 어디로
넌 어디로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수있어
사랑을 말하기엔 내가 너무나
익숙함에 길들여진 사람이었고
미안하단 말하기엔 내가 너무나
흔해 빠진 사람처럼 보일 뿐인데
난 어디로
넌 어디로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수있어
날 두고 떠나간
널 두고 떠나간
서로를 그리다가 지쳐갈 때
눈물이 마르고
입술이 마르고
마음이 마르고 다 닳아갈때
무지개 너머로
너 떠나 가던 날
기억을 지우다가 지쳐갈 때
눈물이 마르고
입술이 마르고
마음이 마르고 다 닳아갈 때
난 어디로
넌 어디로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어
이 곡의 제목은 시소(SeeSaw)입니다. 놀이터에 있는 시소는 누가 타기 전에 언제나 한쪽이 기울어져 있지요. 김C는 그런 시소를 보면서 우리가 살면서 맺는 관계도 수평관계가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합니다. 극중 이에 대한 배두나의 대사도 있고요. 가사에서 찾아보자면 이 부분이겠죠.
생각이 생각대로 따라준다면
내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건가
서로 다른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는 걸
이제는 알 수 있어
우리는 수평적인 관계, 함께 마주보고 나아가는 관계를 연민하지만 그건 뜻대로 안 됩니다. 그런 마음을 먹는 것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기적인 생각일까, 중얼거리게 되지요. 그리고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각자의 길이 있고 그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요.
이게 김C가 내린 결론이라면 꽤 슬픕니다. 뮤비 내용도 이렇게 끝나고요. 하나의 선으로 일치되어서 가지는 못하더라도, 마주보면서 함께 갈 수 있는 평행선의 관계조차 불가능한 걸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것으로 뜨거운 감자의 시소 듣기/리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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