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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4 : 음악

가난한 사랑 노래 - 시와 랩

by KUWRITER 2013. 9. 9.

가난한 사랑 노래, 하면 생각나는 두 작품이 있다. 하나는 신경림 시인의 시인 가난한 사랑 노래이고, 두 번째는 이 시를 모티브로 한 랩퍼 UMC의 노래다. 먼저 신경림 시인의 시를 읽어보자.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



나의 뒤에서 너의 울음이 터진다. 가난은 모든 것의 이유가 되진 못하지만 많은 것을 설명한다. 가난하다고 해서 뭘 모를 수는 없다. 그러나 가난은 많은 것을 외면하게 만든다. 이 시에서 젊은이는 가난으로 인해 외로움과 그리움을, 두려움을, 사랑을 몰라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모른척해야 한다. 다음으로 UMC의 랩을 들어보자.




가난한 사랑 노래



난 이 노래만 들으면 소주 습기가 가득찬 자취집이 떠오른다. 너무 얘기가 구체적이어서 UMC가 실제 겪은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 UMC의 모든 곡이 실화라면 UMC는... 이하 생략하자. 가사 또한 생략한다. UMC는 가사가 참 잘 전달되는 랩퍼 중 하나니 직접 들어보시라. 그래도 인상적인 가사 몇 구절을 가져왔다.



가난한 사랑 노래



남자라면 누구나 자기 여자에게

사치스러운 아름다움을 주고싶어 해

옥상에서 빨래를 거는 니 옆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걸 알고 있어도 그래


이 부분. 캬 죽인다. 그냥 빨래 너는 연인의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남자의 마음. 그런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 신경림 시의 젊은이가 생각난다.



가난한 사랑 노래



랩과 시는 본질적으로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두 장르 간의 교제는 더 활발해질 것 같다. 인디언팜의 꽃이나 술제이의 별 헤는 밤도 이런 활동의 좋은 예. umc의 가난한 사랑 노래는 신경림 시인의 시를 훌륭하게 재해석해 냈다고 생각된다.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동시에, 자신의 얘기를 담았으니. 그럼 이것으로 가난한 사랑 노래 - 시와 랩 포스팅을 마친다. ps. 시 외에 황순원 선생님의 소설 소나기를 랩으로 바꾼 피타입의 동명의 곡도 있다. 찾아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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