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 내일 할 일 듣기/리뷰

윤종신에 대해서는 막연히 좋다, 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윤종신은 프로로서의 윤종신이다. 음악인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꾸준히 활동하는 그 모습이 좋다. 그는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일시적일 수도 있는 감정을, 하나의 작품으로 꾸준히 만들어낸다. 월간 윤종신은 그런 윤종신을 상징하는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윤종신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의 대표곡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 없다. 그의 노래를 들을 때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셔플로 재생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의 대표곡을 찾아보기로 했다. 유튜브와 네이버에서 윤종신을 치자 마자 알았다. 아, 이 사람의 (적어도 지금의) 대표곡은 '내일 할 일'이구나. 이 노래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하나는 원곡인 윤종신이 부른 버전이고, 다른 하나는 월간 윤종신에서 성시경이 부른 버전이다. 먼 윤종신이 부른 내일 할 일을 들어보고, 그 다음에 성시경이 부른 내일 할 일을 들어보자.

이 노래의 상황 설정은 특이하다. 이별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고, 이별한 다음도 아닌,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하루 전의 얘기다. 제목의 '내일 할 일'이란 연인과 헤어지는 일이다. 헤어짐을 준비하는 것, 그 막연한 감정을 윤종신은 풀어낸다.

어제 봤던 드라마에서 기막힌 대사가 있었다. 사랑은 함께하는 거지만, 그 이후의 일은 각자 해나가는 거라고. 한 사람이 한 일이 떠나는 거라면, 남은 사람이 하는 일은 보내는 일. 서로를 떠나고 보낸 후의 정리는 각자가 하는 일.

이제까지 모든 걸 함께한 연인이지만 헤어지고 나서의 일을 함께 준비할 수는 없다. 이 노래의 윤종신은 헤어진 다음의 일들을 생각해본다. 헤어진 후 볼만한 영화를 검색해본다. 하지만 그 계획은 곧 무산된다. 아직 나는 당신이 없는 다음을 생각할 수 없다. 모든 계획은 무산된다.

다음은 윤종신 내일 할 일의 가사.

이른 아침 일어나야해 내일 우리들이 이별하는 날

평소보다 훨씬 좋은 모습으로 널 만나야겠어

조금도 고민 없었던 것 처럼

태연한 표정이 아무래도 서로 잊기 좋겠지

이별직후 검색해보면 혼자 볼만한 영화들이 뜨네

가슴 먹먹해지는 것부터 눈물 쏙 빼는 것 까지

내일은 빠듯한 하루가 되겠어

우리 만나 널 보내랴 무덤덤한 척 하랴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하루 종일 이별 준비야

너 떠난 뒤가 막연했기에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려지지 않는 너의 이별표정도

이밤 지나면 보게 되겠지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내일 슬프지 않기로 해

마지막은 기억에 남기에

눈물은 미련이라는 것 쯤 서로의 가슴은 알기에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내일은 괜찮아도 바로 다가오는 다음 날 부턴

단 하나의 준비조차 없는데

그날 부터 난 뭘 해야 하는건지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하루 종일 이별 준비야

너 떠난 뒤가 막연했기에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려지지 않는 너의 이별표정도

이 밤 지나면 보게 되겠지

안녕 오랜 나의 사람아 내일 슬프지 않기로해

마지막은 기억에 남기에

눈물은 미련이라는 것 쯤 서로의 가슴은 알기에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우리 편하게 내일 이별해

이제 그만 잠을 자려해

아마 나는 잘할 수 있을거야

수많았던 우리 만남들 중에서 그 마지막을

이제 성시경이 부른 내일 할 일을 들어보도록 하자. 성시경은 확실히 뛰어난 보컬이다. 그리고 윤종신이 그려낸 감성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색을 가진 보컬이기도 하다. 

일단 뮤비가 더 감각적으로 변했다. (좋고 말고와는 또 다른 문제다) 성시경은 예상하고 기대한만큼 이 곡을 잘 소화한다. 윤종신의 노래를 다시 불렀다기보다,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 노래는 성시경 노래들이 표현하는 감정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함께 묶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딱히 어느 버전이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물론 노래는 성시경이 더 잘 부르지만 이 곡이 담고 있는 감정 자체는 윤종신이 더 잘 표현해낸 느낌. 조금 서툰 것처럼 들리는 윤종신의 노래가 잘 어울린다.

이상 두 버전의 내일 할 일을 들어보았다. 여러분은 어떤 버전이 더 좋으신지. 이 노래처럼 이별을 준비한 적이 있으신지, 그랬다면 노래가 얼만큼이나 와닿는지. 이것으로 윤종신 - 내일 할 일 듣기/리뷰 포스팅을 마친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