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온스테이지 관련 음악만 포스팅을 했었다. 오늘은 잠시 탈피해서 좋아하는 노래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프라이머리의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에 실린 '3호선 매봉역'이다. 팔로알토와 빈지노가 랩핑했고, 반복해서 듣기 좋은 노래가. 들으면 힘이 나는 노래. 그래서 유튜브 영상도 반복 재생으로 설정해서 올렸다.
힙합, 랩 음악은 가사의 분량이 많은 장르다. 이 말은 할 말이 많다는 거고, 이 많은 말들이 공감을 얻으려면 MC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한다. 가사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냐 허구의 일이냐를 말하는게 아니라, 그곳에 자신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팔로알토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랩퍼라는 점이 좋다. 다음은 3호선 매봉역의 가사.
what time is it now
너무 빨리 지나는 시간은 야속하게도 기다리지 않아
남기지 말자 아쉬움이란 거 한살이라도 더 젊을 때 달려
음악하는 게 뭐 대단한 건 아냐 정말 놀라운 건 이런 날 향한 사랑
살만한 삶이야 자그만한 아이가 다 커서 이런 랩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어른이 됐지 '담배 끊어야지'라는 말 따위 의미 없는 버릇이 됐지
적응이 됐지 어이없는 일이 닥칠 때면 한땐 열을 내며 벼르곤 했지
친구놈은 연애 끝에 결혼을 했지 더 이상 자유가 없다며 넋두릴 뱉지
허나 표정은 절대 안 슬퍼했어 일 끝나고 만나자 매봉역 근처에서
시간은 참 빨라 어제와 오늘의 유행도 달라
시간이라는 화살은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갈까
시간을 아주 잠깐만 잡아 두고파 난 오늘밤만이라도
yeah but you know it's impossible. Let it go man. Let it go
흘러 흘러 흘러가 결국엔 흘러가
인생은 1절만 있는 게 아니지 계속 들어봐
어릴 땐 하나만 알고 크면 숫자가 늘어나
수년간 쉬지 않고 창작을 해내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날 아는데
때론 내 음악 덕에 여자들에게 멋진 남자가 돼서 웃긴 착각을 했네
그런 것도 다 한 때 란걸 알아서 그 순간을 즐겼지 본능을 따라서
누구는 제대로 시작도 못해본걸 난 꽤나 많이 누렸지 기분이 최고인걸
시간낭비지 미움이란 감정 난 이제 할거하면서 내 주변을 살펴
풋내기적엔 이런 게 다 희망사항 그때를 잊지 않고 감사해 항상
학창시절 때 작업실로 향하는 가벼웠던 발걸음 매봉역에서 개화산
시간은 참 빨라 어제와 오늘의 유행도 달라
시간이라는 화살은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갈까
시간을 아주 잠깐만 잡아 두고파 난 오늘밤만이라도
yeah but you know it's impossible. Let it go man. Let it go
흘러 흘러 흘러가 결국엔 흘러가
밤늦게 3호선 지하철 타고 매봉역 앞에서 널 기다리는 중이야
외로워 마 우린 좋은 기억들을 나눌 수가 있잖아
그 에너지로 우린 바쁘게 또 일하다 내일을 또 기대하지
설레는 마음 잃지마 용기 없이 앞을 겁내던 날들도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니란 걸 알지
그게 머리 아닌 가슴으로 삶이란 걸 알지
흘러 흘러가 결국엔 흘러가니 두려움은 두고가
떨지마 감지 말고 두 눈 뜨고 가 넘어져도 일어서면 돼 부끄러워 마
우린 여기까지 왔어 또 어디로 향할지 자갈길일지라도 서로 밝히며 나아가길
what time is it now 여태 그래온 것처럼 또 달릴 시간
시간은 참 빨라 어제와 오늘의 유행도 달라
시간이라는 화살은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갈까
시간을 아주 잠깐만 잡아 두고파 난 오늘밤만이라도
yeah but you know it's impossible. Let it go man. Let it go
흘러 흘러 흘러가 결국엔 흘러가
시간은 참 빨라 어제와 오늘의 유행도 달라
시간이라는 화살은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갈까
시간을 아주 잠깐만 잡아 두고파 난 오늘밤만이라도
노래는 음악을 하며 살아왔던 팔로알토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있다. 음악을 하다보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그리고 자신이 랩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팔로알토에게는 대단한 일이고 놀라운 일이다. 3호선 매봉역은, 그렇게 자신이 음악을 해왔던 상징적 장소인 '개화산'으로 가는 출발점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가사는 이 부분.
시간낭비지 미움이란 감정 난 이제 할거하면서 내 주변을 살펴
풋내기적엔 이런 게 다 희망사항 그때를 잊지 않고 감사해 항상
팔로알토의 노래에는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 예전에 희망하던, 나의 할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도 살필 수 있는 삶. 그런 삶을 살게되어서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또 그런 희망을 가졌던 풋내기 시절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고.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지만, 또 동시에 하루하루를 열심히 잘 살고 싶다는 내용들, 이런 가사의 노래니 들으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빈지노의 훅 부분도 좋았다. 팔로알토보다 분량은 적지만 그래도 자기의 특색을 짧은 몇 마디에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 느낌이다. 동시에 곡에 딱 맞게 안착한 느낌이고. 확실히 빈지노는 독특한 플로우와 라이밍을 구사하는 느낌있는 랩퍼다. 이참에 빈지노 노래도 하나 듣고 가자. 제목은 if i die tomorrow. 이 노래 역시 자전적인 성격의 곡이다.
다음은 if i die tomorrow의 가사. 이 가사를 보고 실화냐 아니냐 얘기가 있는데, 관심은 없다. 사실이든 허구든 그 랩을 통해 랩퍼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받을 수만 있으면 좋다는 생각이다.
오늘 밤이 만약 내게 주어진
돛대와 같다면 what should I do with this?
mmmm maybe
지나온 나날들을 시원하게 훑겠지
스물 여섯 컷의 흑백 film
내 머릿속의 스케치
원하든 말든 메모리들이
비 오듯 쏟아지겠지
엄마의 피에 젖어 태어나고 내가 처음 배웠던 언어
부터 낯선 나라 위에 떨어져 별 다른 노력 없이 배웠던 영어
나의 아버지에 대한 혐오와 나의 새 아버지에 대한 나의 존경
갑자기 떠오른 표현, life's like 오렌지색의 터널
If I die tomorrow
If I die die die
고개를 45도 기울여
담배 연기와 함께 품은 기억력
추억을 소리처럼 키우면
눈을 감아도 보오이는 theater
시간은 유연하게 휘어져
과거로 스프링처럼 이어져
아주 작고 작았던 미니어쳐
시절을 떠올리는 건 껌처럼 쉬워져
빨주노초 물감을 덜어, 하얀색 종이 위를 총처럼 겨눴던
어린 화가의 경력은 뜬금없게도 힙합에 눈이 멀어
멈춰버렸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어 cuz I didn't give a fuck
about 남의 시선, cuz life is like, 나 홀로 걸어가는 터널
내게도 마지막 호흡이 주어지겠지
마라톤이 끝나면 끈이 끊어지듯이
당연시 여겼던 아침 아홉 시의 해와
음악에 몰두하던 밤들로부터 fade out
말보로와 함께 탄, 내 20대의 생활,
내 생에 마지막 여자와의 애정의 행각
책상 위에 놓인 1800원 짜리 펜과
내가 세상에 내놓은 내 노래가 가진 색깔
까지 모두 다 다시는 못 볼 것 같아
삶이란 게 좀 지겹긴 해도 좋은 건가 봐
엄마, don't worry bout me ma
엄마 입장에서 아들의 죽음은 도둑 같겠지만
I'll be always in your heart, 영원히
I'll be always in your heart, 할머니
you don't have to miss me, 난 이 노래 안에 있으니까
나의 목소리를 잊지마
If die tomorrow
역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부분.
시간은 유연하게 휘어져
과거로 스프링처럼 이어져
아주 작고 작았던 미니어쳐
시절을 떠올리는 건 껌처럼 쉬워져
시간에 대한 빈지노의 독특한 상상이 표현되어 있다. 스프링처럼 유연하게 휘어지는 시간. 달리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무튼 이 노래는 내가 내일 죽는다는 가정 아래 생각나고 떠오르는 일들을 선명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프라이머리의 3호선 매봉역과 빈지노의 if i die tomorrow를 들어보았다. 두 곡 모두 자전적 성격이 강한 곡이다. 꼭 자전적인 얘기, 사실이 아니어도, 랩 음악은 랩퍼가 전하고자 하는 어떤 무엇, 메시지를 담을 때 리스너들의 마음을 가장 잘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것으로 프라이머리의 3호선 매봉역 듣기/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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