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온은 한국 힙합의 산증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활동은 하나의 살아있는 역사죠. 가리온의 무투는 그런 그들의 시발점을 알리는 곡입니다. 원래는 소문의 거리를 포스팅하려고 했지만('그저 우리는 우리를 부리는 무리라 불리는/돌부리를 뚫을 뿌리를 내리는 것 뿐임을'이라는 가사가 갑자기 생각 났습니다) 가리온의 상징성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은 무투라는 생각에 이 곡을 골랐습니다. 무투(武胎)는 사실 사전에 없는 단어입니다. 해석하면 무장하고 단련하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뜻을 완전히 모르더라도 무투, 라는 단어에서 오는 어감이 있지요. 어쩌면 무장투쟁의 줄임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가리온의 무투, 들어볼까요.
가리온의 두 멤버 중 메타의 무게감은 정말 대단합니다. 한국 힙합의 대부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그 못지 않게, 가리온이라는 그룹이 완성되는 나찰의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누구보다 독특하게 플로우를 탑니다. 요즘 신예 랩퍼들의 스타일은 이상하게 비슷한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꽤 경력이 된 랩퍼들이 독특한 플로우를 가진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힙합의 가요화와도 무관하지 않겠지요. 아무튼, 나찰은 그런 랩퍼들 중에서도 단연 독특한 플로우를 가진 랩퍼입니다. 가리온2집까지 이어지는 이 플로우는 이미 활동 초창기에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요. 갈수록 완성되는 느낌입니다. 플로우라는 말 뜻 그대로, 물결이 떠오르는 플로우입니다.
가리온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 중 하나는, 이들이 미국의 힙합을 한국에, 한국말에 맞게 이식했다는데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장르 배끼기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 검은소리를 우리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라임 방법론이 정립되었는데, 거기에는 가리온, UMC, 버벌진트, 피타입 등 랩퍼들의 힘이 컸습니다. 이쯤에서 가리온 무투의 가사를 볼까요.
가리온!
단기 4338년 다시 돌아와
주먹을 쥐고 당신의 중심을 세워
고개를 들고 판에 다시 힘을채워
우린 널깨워
변화란 내가 선택했던 매타 라임의 함수
공식의 증명으로 걸었던 건 내마음의 말뿐
그래 맞아 이판의 반의 반은 덧없는 말의맞춤
나머진 따분한 그 발을 감춘 파멸의 춤
난 어지러워 어디로 넌 거리로 뭘 찾아?
알아 나를 낮춘 낮은 말씀하나같이 칼을 갖춘
나의 적을 찾는다면 참을만큼 참은 나는
나를 만든 맞수와의 불타는 싸움판을!
듣기를 거부한자 바로
극기로 다져진 육체와 끈기로 버틸
생각이 없다면 새겨들어
머리속 지우개 과거 지우네
이미 네운율 썩은 동아타고 하늘 위 이르네
낙차의 낌새는 겨우 올라탄 마지막차
각자의 선택은 우린 다시 가지말자
생각을 해보나마나 이판을 지나서 갈자
비판을 면하자 마자 비틀거리며 갈짓자
이판에 불을 붙일 무장된 라임과
다시 판에 던진 새로운 이 투쟁의 비트로!
손에 잡힌 마이크와의 타는 싸움
불타는 판은 나를 만들 나의 싸움!
이판에 불을 붙일 무장된 라임과
다시 판에 던진 새로운 이 투쟁의 비트로!
손에 잡힌 마이크와의 타는 싸움
불타는 판은 나를 만들 나의 싸움!
벌써끝난거야? 그게 마지막 나이를
말하는거라면 나도 빛을 잃어버린 아이?
등 뒤에서 같은 침묵의 노래를 부르는 사이
다 떠나고 말았어 이게 결정적 차이
언제부터인가 이땅에선 노래가 살았어
그때를 생각하며 나는 외쳐!
한번도 잊지않았어 널 보며 자랐어
난 아직도 내 적에게 분명한 랩을 뱉어!
지나 진화를 거듭 내소리를 묻거든
끝에서 끝으로 알 수 없는 매직 매듭
한오라기 한 올을 풀어나가고는 있거든
결국에는 얻은 다가오는 적을 겨눈
수세와 공세 밀리니 절제와 견제못하니
언제나 선 채 지리니 설때만 결례
참을 인을 삼회복창 살인을 면해봤자
참을만큼 참아봤자 네번째는 끝장
이판에 불을 붙일 무장된 라임과
다시 판에 던진 새로운 이 투쟁의 비트로!
손에 잡힌 마이크와의 타는 싸움
불타는 판은 나를 만들 나의 싸움!
이판에 불을 붙일 무장된 라임과
다시 판에 던진 새로운 이 투쟁의 비트로!
손에 잡힌 마이크와의 타는 싸움
불타는 판은 나를 만들 나의 싸움!
이것봐! 전장에 그불을 모두 밝혀
당신이 그 칼을 거둔다면 모두 다쳐
테반이 그들의 손아귀에 붙잡혀
벗어날수 없다 포기하면 안돼 달려
누군가 무리속에 우리를 위협이라 불렀어
아니 무리가 우리의 위협 그건 틀렸어
사실 깊이는 있지만 검은 속을 알 수 없어
용기는 있지만 교만한 자 널 죽였어
기형적으로 자라난 이심상의 그림자
내적들의 가슴속에다 깊게 날 그린날
탑재된 개념의 방아쇠를 힘껏 당겨
상념의 시체를 가슴 안에 묻고 달려
쓰러진 거인의 발꿈치에 우린 단호한
마지막 불을 붙이네 결전은 내 확고함
이판에 남은 당신 모두 우리를 따라와
죽은 영혼의 도시에 왕이 다시찾아와!
이판에 불을 붙일 무장된 라임과
다시 판에 던진 새로운 이 투쟁의 비트로!
손에 잡힌 마이크와의 타는 싸움
불타는 판은 나를 만들 나의 싸움!
이판에 불을 붙일 무장된 라임과
다시 판에 던진 새로운 이 투쟁의 비트로!
손에 잡힌 마이크와의 타는 싸움
불타는 판은 나를 만들 나의 싸움!
이판에 불을 붙일 무장된 라임과
다시 판에 던진 새로운 이 투쟁의 비트로!
손에 잡힌 마이크와의 타는 싸움
불타는 판은 나를 만들 나의 싸움
이판에 불을 붙일 무장된 라임과
다시 판에 던진 새로운 이 투쟁의 비트로!
손에 잡힌 마이크와의 타는 싸움
불타는 판은 나를 만들 나의 싸움!
여기서 가리온의 가사는 문맥적으로 어색한 부분이 없습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말을 전하고 있을 뿐이예요.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 라임이 있습니다. 라임을 맞추기 위해 억지스럽게 가사를 만들지 않아요. (오히려 그런 면은 2012년도 메타의 솔로 활동 때 보였습니다. 요즘은 더 자연스러워졌지요.) 게다가 그 라이밍이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지요. 2005년의 곡인데 말이지요.
무투에 대한 얘기는 이쯤하고, 가리온이 피쳐링한 곡 하나를 들어볼까 합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곡으로, 스토니스컹크의 Jah make us입니다. 제목은 자메이카와의 동음을 이용한 이의어지요.
왜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밖에 비가 와서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이 노래는 쓸쓸합니다. 꿈에 대한 얘기지요. 꿈에 대한 얘기는 왜 항상 이렇게 쓸쓸한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사 메타와 나찰, 쿠쉬와 스컬은 주거니받거니 랩을 합니다. 자기들이 걸어온, 자기들이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한 얘기예요.
저는 가리온이나 스토니스컹크 같은, 한국 초기의 앨범들을 들으면 어떤 찬란함을 느낍니다. 그들은 더콰이엇의 노래 제목처럼, 진흙 속에서 꽃을 피워냈어요. 그 분투가 참 찬란합니다. 다음은 jah make us의 가사입니다.
그 어떤 누구도 들어봐도 몰라
울어도 긴 한숨 불러도 불러줘
묶인 두 팔을 풀어줘
내 친구 들이 날 떠나도
외진 곳에 홀로 남아도
내 꿈을 포기 못해
꿈을 놓지 못해
이 밤에 혼자 앉아 별을 보며
내 꿈을 너에게 얘기해
너는 내 눈 속에
그 별이 있다고 얘기하면서
내 귀에 남겨졌던 노래
변치 않던 그 노래
우린 반드시 꿈을 이룰 거야
한번 볼래
그 무엇보다 빨리 달려
쓰러지면 안돼
현실이 널 억누를 때
그늘에서 벗어나 햇빛으로 가
네 꿈?다시 너를 부르네
우리 성장하면서 뺏긴
하지만 이 안에 빽빽히
여전히 숨을 쉬는 꿈에 대화를
기억 했지
난 반드시 내 별을
잡기 위해서 가
비록 한치 앞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가
누군가 나를 막아서도
밀치고 가
내 몸이 부서지고
혼이 불타도 가
오늘도 별을 좇다 꿈을 꾼다
별은 내 바로 가까이에
손만 내밀면 잡을 수 있었는데
사라져 버릴까 봐
오늘도 가사를 쓰다 잠이 든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에
함께 했던 그 꿈도
이제는 나 홀로
모두 다 잊었나 봐
알아요 그대 역시
많이 아파했었음을
이제 알아요 알아요
내가 많이 부족했음을
알아요 그대가 날 얼마나
믿고 따랐는지를
이제는 알아요 알아요
나 홀로 남겨진 지금
언제인가부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하루하루 별을 찾아
쫓기 시작했지
그때 나를 보고
사람들은 미쳤다고
별은 동화 속 이야기라고
이제는 제발 좀 그만 두라고
하지만 어떻게
내 눈엔 보이는데
이제는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돌아보면 제자리에
친구들도 하나 둘씩
소리 없이 떠나
내 곁엔 아무도 어떤 누구도
그대가 떠나도 내 맘은
언제나 꿈을 꾸네
언젠가 만나면 너와 나
우리는 춤을 추네
아직도 우리는
끝나지 않은 꿈을 품에
뒤돌아 보지 마 그 곳에는
아픔만이 있을 뿐
그대가 떠나도 내 맘은
언제나 꿈을 꾸네
언젠가 만나면 너와 나
우리는 춤을 추네
아직도 우리는
끝나지 않은 꿈을 품에
뒤돌아 보지 마 그 곳에는
슬픔만이 있을 뿐
떠나는 그대 뒷모습에
비가 내려
그때 나를 보고/사람들은 미쳤다고/별은 동화 속 이야기라고/이제는 제발 좀 그만 두라고/하지만 어떻게/내 눈엔 보이는데.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해도, 내 눈에 보이면 그 별을 쫒아 가야겠죠. 무투해야겠죠? 그럼 이것으로 가리온 무투 듣기/리뷰 포스팅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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