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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4 : 음악

가리온 - 산다는 게(feat.선미)

by KUWRITER 2013. 8. 25.

가리온 - 산다는 게(feat.선미)


가리온의 2집은 1집이 나오고 7년만에 나왔다. 2집에 대한 리스너들의 기대는 장난이 아니었다. 매년 가리온 2집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누군가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앨범이 아니냐고도 했다. 그러다 2집이 나왔다. 나 말고도 많은 리스너들이 잠 깨나 설쳤을 것이다. 가리온의 2집이 충격적인 건, 그렇게 엄청난 리스너들의 기대를 충족시켰다는 것이다.



가리온 산다는 게



산다는 게(feat. 선미)는 그런 가리온2집의 타이틀이다. 사실 가리온의 2집은 딱히 한곡을 집어 타이틀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각 곡이 모두 농밀한 농도를 지니고 각기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성을 따진다면 생명수나 그날 이후가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난다. 다만 이 두 곡은 앨범 전에 발표된 곡이기 때문에 선택에서 제외되지 않았을까 싶다.

타이틀인 '산다는 게'보다 주목을 받은 곡은 넋업샨이 피쳐링한 '영순위'다. 원래 드렁큰타이거가 피쳐링한 이 곡은 디티의 녹음 트랙이 분실되는 사태(?)가 일어나 넋업샨이 피쳐링하게 되었다. 그리고 넋업샨은 드렁큰타이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랩핑을 보여준다.



가리온 산다는 게



그 다음으로 주목받은 곡은 아마 판게아가 아닐까. 가리온과 피타입의 조합은 언제나 궁합이 잘 맞다. 씬에서 차지하는 둘의 위치도 비슷하고, 작가주의적인 성향도 비슷하다. 

이제 타이틀곡 '산다는 게'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먼저 피쳐링.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원더걸스의 선미가 아니다) 선미는 지니홀리데이라는 2인조 여성 듀오의 일원이다. 지니홀리데이는 2007년 싱글 앨범으로 데뷔했는데, 인터넷상에는 많은 정보가 없다. 분명한 건 그녀의 약간은 몽환적인 음색과 풍부한 보컬이 '산다는 게'의 비트와 잘 맞는다는 것.



가리온 산다는 게



가사를 보자. 다음은 '산다는 게'의 가사다.


[도입부]

누군가 내게 물어봐 꿈이 뭐냐고


[1절 매타, 나찰]

문제는 선택의 기로! 난 강요를 당했고 

또 등 떠밀기로만 현실을 말해도

난 꿈을 꾼 뒤로 발걸음을 뗐어 

그제사 내 삶은 제 삶을 되찾은

제 3의 인생 이건 한 편의 꿈이란 쇼!

끔찍한 돈에 묶인 내 손엔 가난한 노래

꿈꾸는 죄인의 간단한 고백

계산적이던 내 친군 벌써 

제 밥벌이로 고생은 없어

나보다 꿈 많던 그가 날 보며

'그래 끝까지 넌 꿈이나 먹어'

(꿈이나 먹어 서른 살 넘어)

서른 살 넘어도 꿈은 안버려

(어차피?) 어차피! x2


어차피 끊어져 버린 내 막차 

인생은 한 방에 이번에 잡자

갈 때까지 가 아직 날 막지마 

마지막까지 남은 삶은 값질까?

가끔 날 인정해주는 이 있어 

가끔 그러나 요즘 자꾸 

열정이 착각 아닌가 두려워 

빈 손이 초라한 거울 속 나


[후렴]


오! 눈에 비친 게 너와 내가 본 세상이야 

어지러워 난 잃어버린 날 지쳐버린 삶

기억이 날까 눈물이 날까

내 맘은 다시 또 돌고 돌고

세상은 또 다시 돌고 돌고 


[2절 나찰, 매타]


역시 난 열정 꺾인 나이

그래 여기까지 한계 겁이 나 

됐어 마지막 현실에 다시 난 

내 삶을 추스리려 하지만

아직은 삶의 무게를 견디나?

스스로 믿음에 계속 달리나?

여기서 저 끝까지 오래 달리기

계속 살아남길 오직 바라지

내 생의 춤을 인생의 틈 바구니 

속에 꼭 가둬둘 뿐

결국은 꿈 속에 난 삶에 

허덕이는 보통 사람일 뿐 


내 꿈은 등에 달라붙은 

현실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 뿐

가뿐 숨을 내뿜는 부분 

내 가슴 속에서 널 털면 그 뿐

아픈 마음은 날 구원못해도 

난 뻔뻔하게 날 속일 수 있어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

난 무엇이 되길 원했던걸까? 

너무 늦은 것 같은 기분 

자꾸 계속해 조여드는 슬픔 

조금 특별하고픈 것 뿐

오늘 다시 기억난 내 꿈


[후렴]


[결말부]


누군가 내게 물어봐 꿈이 뭐냐고



가리온 산다는 게



메타는 71년, 나찰은 77년생이다. 2집 앨범 발매일을 기준으로 메타는 서른 아홉, 나찰은 서른 세살이다. 이 곡은 서른이 넘어서까지 '힙합'을 한 두 랩퍼의 자전적인 독백이다.

두 랩퍼는 한 절마다 독백을 주고받는다. 그 독백은 꿈에 대한 얘기고 현실에 대한 얘기다. 누군가 내게 꿈이 뭐냐고 물었을 때, 랩퍼는 생각에 잠긴다. 꿈이 뭐였지, 하고 싶은 게 뭐였지. 그런데 사실 이건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이다. 이건 자신이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다. 무언가 되고 싶었지만 이제는 늦은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나는 가끔은 나를 속인다. 조금씩 조여오는 슬픔 속에서 나는 다시 떠올린다. 그저 조금 특별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고.

나찰의 가사가 아프다. 


어차피 끊어져 버린 내 막차 

인생은 한 방에 이번에 잡자

갈 때까지 가 아직 날 막지마 

마지막까지 남은 삶은 값질까?

가끔 날 인정해주는 이 있어 

가끔 그러나 요즘 자꾸 

열정이 착각 아닌가 두려워 

빈 손이 초라한 거울 속 나


음악을 하며 살아오다보니 이미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차는 끊겨버렸다. 갈 때까지 왔다. 그런데, 돌아갈 수 없는 이 시점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내 삶은 값질까. 나는 인정받을 수 있을까. 가끔은 그런 인정을 받기도 하지만 나는 두렵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열정이라는 게 착각이 아니었을까, 정말 잘 하고 있는 걸까. 거울 앞에 선 내 두 손은 비어있다. 주먹을 쥐어봐도 움켜쥘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 모습이 초라하다.



가리온 산다는 게



다행히 맘과 세상은 계속 돌지만, 그 가운데서도 랩퍼는 꿈을 다시 기억한다. 어지럽지만 꿈을 향해 나아간다. 


마지막으로 라이브 영상을 보자. 네이버 온 스테이지 영상이다.




댓글을 보면 랩핑이 좀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 무투를 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영순위를 듣고 있으니 확실히 메타가 힘들어하는 게 보인다. (넋업샨은 잘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컨디션 문제 같다. 가리온은 밴드와의 프로젝트 등 라이브를 굉장히 중시하는 그룹이다. 실제로 훌륭한 라이브 영상들도 많고. 트랙은 무투 - 영순위 - 그날 이후 순이다. 참고로 반복 재생으로 설정해놓았다. 그럼 이것으로 가리온의 '산다는 게'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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