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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 집(feat. 이소라) 듣기/리뷰

by KUWRITER 2013. 8. 26.

타블로 - 집(feat. 이소라) 듣기/리뷰


타블로는 어려운 시기를 낸 후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명은 '열꽃'. 두 파트로 나눠져 있다. 그중 파트원에는 타블로의 힘들었던 심정을 담은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오늘은 내 심정이 우울하니 그중에 한 곡 골라본다. 제목은 집. 이소라가 피쳐링했다.



타블로 집



예전부터 타블로하면 리릭이다. 일단 가사부터.


문턱은 넘어서면 어지러워. 내게 편한 나의 경계선이어서. 심장만 어지럽혀 치워둔 쓸모없는 감정은 먼지 덮여. 여길 벗어나면 죽음. 익숙한 슬픔보다 낯선 행복이 더 싫어서, 걸음 버린 나... 헌신발이 될까만 겁이나. 세상, 세월, 사람 날 꺾어 신어서. 잊고 있어. 문 앞에 수북이 쌓인 신문과 고지서처럼 나와 상관없는 세상의 생각, 요구들 내 앞에 늘어놓지 마. This is my home. Leave me alone. 여기만은 들어오지 마.


이젠 눈물 없이도 운다. 

그저 숨 쉬듯이 또 운다. 

집이 되어버린 슬픔을 한 걸음 벗어나려 해도 문턱에서 운다. 

나도 모르게 운다.


내게 행복할 자격 있을까? 난 왜 얕은 상처 속에도 깊이 빠져있을까? 사는 건 누구에게나 화살세례지만 나만 왜 마음에 달라붙은 과녁이 클까? 감정이 극과 극 달리고, 걸음 느린 난 뒤떨어져 숨 막히고 내 맘을 못 쥐어. 세상을 놓쳐. 몇 걸음 위 행복인데 스스로 한단씩 계단을 높여. 누구에겐 두려운 일 하지만 내겐 웃음보다 자연스러운 일. 사람이 운다는 것은 참을수록 길게 내뱉게만 되는 그저 그런 숨 같은 일. Let me breathe. 슬픔이 내 집이잖아. 머물래 난, 제자리에. 잠시 행복 속으로 외출해도 반드시 귀가할 마음인 걸 이젠 알기에.


집이 되어버린 내 슬픔 속에 그댈.

집이 되어버린 내 슬픔 속에 그댈 초대해도 될까?



타블로 집



가사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먼저, 이소라가 이 곡에 정말 잘 맞는다는 얘기를 하고싶다. 이소라의 보컬 뿐만 아니라 이소라가 가진 성향, 그러니까 폐쇄적이고 집밖에 잘 나가지 않는 이소라라는 사람의 특성까지도 곡에 참 잘 어울린다. 타블로와 이소라 모두 각자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가장 인상적인 가사는 이 부분.

사는 건 누구에게나 화살세례지만 나만 왜 마음에 달라붙은 과녁이 클까?

사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해 서 내 슬픔이 당연한 게 되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슬픔에 빠진 사람은 왜 유독 나만 이런 슬픔에 빠져야 하는가 생각한다. 그것은 절대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감정이다. 슬픔이란 그렇다. 슬픔이란 감정이 그렇다.

사람이 운다는 것은 참을수록 길게 내뱉게만 되는 그저 그런 숨 같은 일.

참고 참아도 언젠가는 내뱉게 되는 숨처럼, 슬픔은 참아서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의 슬픔을 모른 척하려 해도 그것은 언젠가 터져나온다. 때문에 나는 자신의 집인 슬픔 속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얘기한다.



타블로 집



슬픔은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나를 괴롭히는 대상들에 대한 도피처다.

세상, 세월, 사람 날 꺾어 신어서. 잊고 있어. 문 앞에 수북이 쌓인 신문과 고지서처럼 나와 상관없는 세상의 생각, 요구들 내 앞에 늘어놓지 마.

슬픔 밖으로 나가면 세상과 세월, 사람들은 나와 상관없는 생각과 요구들을 강요한다. 그 폭력 앞에 나는 헌신발이 될까 두렵다. 이곳을 벗어났을 때 내가 마주하는 것은 죽음이다. 폭력적인 바깥.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잠시 행복 속으로 외출해도 반드시 슬픔 속으로 귀가한다.


타블로의 다른 곡도 좋지만 생각난 김에 이소라의 곡을 하나 가져왔다. 명곡 '바람이 분다'. 나가수 영상을 가져오려 했으나 편집 때문에 다른 걸 가져왔다.



타블로 집


다음은 바람이 분다의 가사.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간다

바람이 분다 시린 한기 속에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

여름 끝에 선 너의 뒷모습이

차가웠던 것 같아 다 알 것 같아

내게는 소중했던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의 이별은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치러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타블로 집


한 편의 시라해도 충분할만큼 뛰어난 가사다. 특히 후렴구.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사랑하면 세상이 달라 보이지만 이별을 하면 자신만이 달라진다. 깊숙한 어딘가에서 빠져나와 마주하게 되는, 너의 슬픔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흐르고 있는 세상. 그리고 가슴을 후벼파는 이소라의 보컬. 

이상으로 타블로의 집 포스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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